"일본 앞질렀다"…전세계 장악할 한국 기술 뭐길래 [강경주의 IT카페]

입력 2024-03-15 11:20   수정 2024-03-15 14:31


국내 로봇 연구개발(R&D) 권위자인 김정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햅틱'(Haptic·로봇 촉각) 연구자다. 수많은 로봇 R&D 분야 중 그가 햅틱에 주목한 이유는 촉각 기술 수준에 따라 로봇의 쓰임새가 무궁무진해서다. 현재 글로벌 햅틱 기술력은 손가락에서 구현하는데 그치지만 머지 않아 로봇 몸체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촉각 R&D 통해 인간과 로봇 모두를 보호하는 것 목표"
김 교수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봇 몸체 전체를 덮는 '대면적 로봇 피부'는 기술 장벽이 높아 발전이 더딘 분야"라며 "뚜렷한 기술 리더가 없기 때문에 성과를 낸다면 로봇 연구의 글로벌 주도권을 대한민국이 쥘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한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2월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 발전에 공헌한 연구자를 매달 1명씩 선정해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하는 상이다. 김 교수는 인간 촉각과 감각 전달 원리를 모방해 인간처럼 촉각을 느낄 수 있고 상처 치유도 가능한 대면적 로봇 피부를 개발해 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로봇이 스스로 외부 접촉을 느끼고 충돌 중 충격을 흡수해 인간과 로봇 모두를 보호하는 것이 연구 목표"라며 "로봇 피부 연구는 최근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쓰이는 산업, 의료용 로봇이 확대되면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로봇 피부 연구의 핵심인 햅틱은 로봇 공학, 항공우주, 자동차, 의료 등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인간은 피부가 덮은 모든 부분에서 촉감을 느끼기 때문에 다양한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로봇 몸체는 딱딱한 소재의 외피로 이뤄져 있는 데다 인간과의 물리적 교류는 디스플레이와 같은 특정 부위로 제한돼 있다. 현재의 로봇 촉각 기술로는 인간 피부처럼 섬세한 촉각 정보를 수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재 가장 진보한 로봇으로 평가받는 테슬라의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조차 단단한 피부 외피를 갖고 있다.

김 교수는 이같은 로봇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 피부의 다층 구조와 촉각을 느끼는 원리를 모사했다. 90% 이상이 물과 전해질로 이뤄진 하이드로젤과 실리콘 엘라스토머(탄성 플라스틱)로 다층 구조를 만들고 촉각 센서를 분산 배치한 로봇 피부를 개발했다. 이 로봇 피부는 촉각 신호를 인공지능(AI) 신경망으로 처리해 누르기, 쓰다듬기, 두드리기 등 촉각 자극 종류를 분류한다. 또 깊게 찢어지거나 베여도 촉각 감지 기능이 유지되고 상처 부위를 보수하면 기능도 다시 회복된다.

김 교수는 "이 기술로 사람의 피부와 유사한 물성과 질감도 구현했다"며 "서비스 로봇과 같이 사람과 다양한 접촉과 상호작용이 필요한 응용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면 식당 서빙이나 조리, 청소 로봇에 적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로봇 피부를 의수·의족 피부로 사용하면 실제 사람의 손·다리와 똑같은 외형과 촉감 감각을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메타버스·XR에 햅틱 적용시 시너지
해외 정보기술(IT) 주요 인사들 발언을 통해서도 햅틱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한 현재의 로봇 AI 시스템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대안으로 햅틱을 제시했다. 그는 "AI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각, 청각을 넘어 촉각까지 포함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수석 AI 연구원인 짐 팬도 촉각을 강조했다.

업계에선 진보한 햅틱 기술을 적용한 로봇에 메타버스, 확장현실(XR)이 결합될 경우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극사실적인 몰입도가 구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언리얼'(Unreal)을 '리얼'(Real)로 만들어줄 변곡점으로서 햅틱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에 XR 기기가 확산되면 햅틱 기술 이용이 늘어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이미 메타와 애플,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적 빅테크 기업들은 햅틱 R&D에 전사적으로 역량을 쏟고 있다.

성장성도 이같은 경향을 반영한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햅틱이 적용될 가장 큰 시장인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매출은 2022년 655억달러(87조원)에서 2023년 820억달러(약 109조원), 2030년 9366억달러(약125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로봇 강국 일본에는 관련 기술이 없는지 묻자 한국 햅틱 수준이 더 높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교수는 "근대 로봇과학의 기틀을 닦은 일본은 우수한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로봇 초강국 자리에 올랐지만 지금은 침체된 상황"이라며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로봇 R&D에 매진한 한국이 오히려 햅틱에서는 일본을 앞질러 세계 수준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기 위해선 촉각 연구가 필수"라며 "로봇과 악수를 했을 때 차가운 쇠붙이 느낌이 아니라 따뜻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2022년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실렸다. 후속 연구도 로봇 분야 학술대회인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RA-L'에서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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